보도자료

거래 절벽이라더니 ‘미니 아파트’는 잘 팔리네...40㎡ 이하가 서울 매매 40% 차지

작성자
givia
작성일
2022-01-29 15:27
조회
449
중대형 아파트 매매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소형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매경DB)

중대형 아파트 매매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소형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매경DB)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아파트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초소형 아파트 매매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가격 자체가 낮아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다 보니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전용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 매매 건수는 3746건으로 전월 3644건 대비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용 60㎡를 초과하는, 중소형·중대형 평형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지만 같은 기간 매매 거래량이 2만5382건에서 2만1606건으로 14.9% 감소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초소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 4만1141건에서 초소형 아파트 매매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9.1%로 전년 같은 기간(5.4%) 대비 3.7%포인트 증가했다. 중·대형 아파트 비중은 2020년 11월 61.9%에서 지난해 11월 52.5%까지 떨어졌다.

범위를 서울로 좁혀보면 초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은 서울에서 유독 높다. 전용 40㎡ 이하 초소형 주택 거래 비중은 지난해 1월 23.6%였지만 11월에는 34.2%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전용면적 86㎡ 이상 거래 비중이 17.3%에서 13.2%까지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래량 자체도 늘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초소형 아파트 매매 건수는 424건으로 전달(359건)에 비해 18.1% 늘었다. 반면 중대형 평형 매매 건수는 1598건에서 1192건으로 줄었다. 서울 지역 초소형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영등포구 57건 ▲강동구·은평구 36건 ▲강서구 35건 ▲서초구 29구 ▲강남구 28건 ▲동대문구 23건 ▲노원구 19건 ▲구로구 18건 ▲관악구 16건 순으로 많았다. 상위 10개 자치구 가운데 6곳이 서울 서부권에 몰렸다. 아직 실거래 신고 기간이 남았지만 올 들어서도 1월 1~17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30건이었는데, 그중 41.5%인 54건이 전용 40㎡ 이하의 초소형 아파트였다.

또한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규모별 매매가격지수는 초소형 아파트가 전월 대비 0.92% 올라 모든 평형대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소형(전용 40㎡ 초과~ 60㎡ 이하)이 0.9%, 초대형(135㎡ 초과)이 0.83%씩 올랐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초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폭(1.18%)은 더 컸다. 소형 1.05%, 중대형(전용 85㎡ 초과~102㎡ 이하)과 초대형 변동폭이 각각 0.88%, 0.8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초소형 아파트가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에서는 초소형이 0.68%, 중대형이 0.63%, 초대형이 0.62%씩 상승했다.
1월 21일부터 청약 일정에 돌입한 서울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초소형 아파트. (북서울자이폴라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1월 21일부터 청약 일정에 돌입한 서울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초소형 아파트. (북서울자이폴라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귀하신 몸 미니 아파트

▷분양가서 7배 오른 ‘강남 쪽방’ 리센츠

초소형 아파트는 옛 평수로 따지면 10평 초반대. 일반적으로 전용 60㎡ 이하인 소형 아파트보다도 작은 40㎡ 이하 크기라서 ‘미니 아파트’ ‘꼬마 아파트’로 불리고는 한다. 주로 원룸이나 투룸으로 구성되는 식이다.

부동산 시장 흐름에 따라 선호도가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꼬마 아파트는 2000년대만 해도 그다지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2005년 5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5563가구)’를 분양할 당시 전용 27㎡ 초소형 아파트 868가구가 포함됐는데 소비자는 물론 주택 시장 전문가들도 ‘강남 쪽방’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당시 리센츠 전용 27㎡는 최초 분양가가 1억9000만원이었는데도 미분양으로 남았다.

건설사라고 작은 아파트를 짓고 싶어 지은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서울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재개발하려면 총 가구 수의 20% 이상을 전용 60㎡ 이하로(전용 40㎡ 이하는 8%) 지어야 하는 ‘소형 평형 의무 비율 제도’가 있었다. 대형 평수 선호도가 높았던 분위기에 따라 대형 아파트를 먼저 짓고 최대한 작은 평형을 끼워 넣어가며 의무 비율을 맞췄다.

하지만 리센츠 전용 27㎡는 지난해 하반기 9억~12억원대에 실거래됐을 정도로 집값이 뛰었다. 지난해 10월 1일 전용 27㎡ 30층 매물이 11억3000만원, 그 직전에는 18층 아파트가 12억7500만원에 팔린 것이 마지막 매매 거래였다. 물론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몇 년 새 전반적으로 급등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최초 분양가보다 몸값이 6~7배가량 오른 것이다. 지난해에만 이 단지에서 전용 27㎡ 매매 거래가 40건 이뤄졌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이파크(총 541가구)’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전용 28㎡의 지난해 실거래가는 8억~8억7500만원 선. 2020년 같은 기간 7억~8억원대에, 입주 초기였던 2006년 하반기 2억3500만~2억7000만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서울 강남권에서만 미니 아파트 인기가 뜨거운 것은 아니다. 종로구 교북동 ‘경희궁자이4단지’ 전용 37.26㎡는 단지 전체에 91가구밖에 되지 않는데 지난해에만 7가구가 사고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쓴 전용 37.26㎡는 9억3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14년 최초 분양 당시 4억원 정도에 공급되고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아파트다.

비단 서울 강남권이나 강북 인기 지역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강북권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매매 가격이 저렴한 미니 아파트가 귀하신 몸이 됐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의 3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17일 기준)은 ▲1~9월 7% 안팎에 불과했지만 ▲10월 10.26% ▲11월 17.15% ▲12월 17.18%로 급증했다. 올 1월 들어서는 10건 중 4건(41.57%)이 3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였다. 아직 1월이 끝나지 않았고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도 있어 총 거래량은 변할 수 있지만 추세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억원 이하 아파트와 초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가격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초소형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가 주택보다는 가격 진입 장벽이 낮고 금리 대출 규제 영향을 비껴가면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거래량은 2만2088건에서 1만1409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전용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5222건에서 3902건으로 약 25% 축소되는 데 그쳤다.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희소성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파트 면적이 작을수록 건설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미니 아파트를 마냥 여러 채 지어 공급할 수 없다”며 “미니 아파트 공급이 단기간에 크게 늘기는 어려운 만큼 초소형 아파트 희소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분양현장 관계자는 “경쟁 상품인 오피스텔은 노후화될수록 매매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아파트 단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시설이 갖춰지는 등 주거환경이 더욱 좋아져 집값 하락 위험이 적은 편”이라며 “같은 면적이어도 아파트는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과 넓은 주차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급등한 점은 부담이다. 평형이 작을수록 3.3㎡당 가격은 높기 마련이다. 또 학군 좋은 입지에 들어선 아파트 매매가에는 학군 프리미엄(웃돈)이 상당 금액 포함돼 있는데 미니 아파트 수요층인 1~2인 가구 입장에서는 오히려 거품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매일경제 정다운 기자]

출처 : 매경이코노미 제2144호·설합본호 (2022.01.26~2022.02.08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