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민은 '벼락거지'도 '하우스푸어'도 싫다

작성자
givia
작성일
2022-01-26 15:30
조회
443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심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2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엄청난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며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60∼199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상황에서 탈규제와 자유화가 이뤄진 결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해, 프랑스(7배), 이탈리아(8배), 영국(9배), 독일(10배) 보다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팬데믹이 2년 이상 지속되고, 디지털화에 따른 산업 구조조정, 이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상태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이뤄지면서 사회적 양극화와 극심한 분열 양상이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대간, 젠더간 갈등 등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소득과 자산 불평등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희망을 잃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초저출산율이 20년째 지속되고 있다. 낮은 출산율은 청년세대들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고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니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것이다. 2020년 0.837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의 출산율은 우리사회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지수이다.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처럼 중산층으로 살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중산층의 지위를 지키지 못하고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역시 힘들다.

이런 가운데 여야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민심’을 잡으려 온갖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양당 후보가 모두 250만가구 주택공급, 대출 규제와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올랐으니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잡겠다고 한다. 또 공급량이 문제가 아니라 입지, 1~2인 가구 증가에 대응한 공급, 소비자 니즈의 변화에 대한 대응 등을 고려한 맞춤형 공급이 돼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50만가구 주택공급계획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에게 내 집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거처이면서 담보를 통해 사업자금 등을 대출받을 수도 있고 주택연금을 통해 유동화해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는 복합적인 기능을 담고 있는 재화이다. 여기에 더해 중산층에 속해 있다는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OECD보고서 ‘압박받는 중산층’에 의하면 베이비붐세대는 20대에 중산층에 속하는 비중이 70%였던 것이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60%로 낮아졌다고 한다. 앙헬 구리아 전 OECD 사무총장의 표현대로 “오늘날 중산층은 바위투성이의 강을 보트로 넘어가고 있는 상태”에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87.7%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자가 보유를 희망하는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만으로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자가를 희망하는 이유는 주거안정이 86.6%, 자산 증식이 8.4%이다. 국민들은 ‘벼락거지’도 ‘하우스 푸어’도 원하지 않는다. 저축해서 모은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꿈이다. MZ세대는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선심성 공약보다 자신들이 스스로 중산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더 원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중산층은 내 집 마련과 같은 물질적 기준 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를 위한 양보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이어야 한다. 주택공급계획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 계획인지 목적의식은 사라지고 숫자와 지표만 남아선 안 된다.

출처: 이데일리